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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멈추게 하는 상상력. 모르는 체 속아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던 한 자리가 이사를 왔다. 멀고도 고되었을 그 길, 이 자리에 무사히 웅크렸으니 다행이랄 수 밖에.
누군가에게는 기록이고 기념인 것이 너에게는 상처밖에 되지 않는구나.
설산이 전해주는 선명한 메시지. 얼어붙은 가운데에도 흐르는 것이 있다.
산과 하늘에 안긴 대웅전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안고 안긴, 그 틈새로 파고들어 본다.
이것이 무덤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그저 완만한 동산이었다. 죽음이 만들어낸 자연을 인간은 죽음으로만 기억할 뿐.
기나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어우러진 두 개의 모양. 기원을 따지지 않고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여유.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었을까. 물빛으로 물든 돌덩이들이 정겹고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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