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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이면에 있는 것들에 대해 무지하다. 검게 물든 저 이면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지.
의외로 경계라는 것이 무척 허술하고 희미한 것이어서 사람들은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는데도 잘 알지 못할 때가 있다.
흐린 기슭에 깃든 몇 척의 배. 출항 전에 슬쩍, 실어보는 생각 한 자락.
높은 땅에 빗금이 가득하다. 올려다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덜 여문 마음 때문은 아닐지.
고개 숙인 이유를 묻는 것이 허락될 수 있을까. 귀퉁이에서 조용히 시들어가는 수국에게 뒤늦은 손길을 내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항상 벽의 너머를 상상한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갔을까. 풍경에 쌓인 생각들에 돌연 고요해지는 숨소리.
파도 소리를 듣고 자랐기 때문일까, 파도 따라 넘실대고 싶기 때문일까. 파도처럼 굽이치는 가지 끝에 바다를 닮은 초록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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