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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벗 삼아 늘 같은 풍경을 보아 오면서 저마다의 바람을 이고 오늘도 그렇게 가만히.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두었는데 고개만 꾸벅. 예의를 잊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빈 자리, 꼭 그 자리에만 조용히 빛이 스민다. 빈 자리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닌지, 발걸음을 늦추어 본다.
고개를 숙이고서 종종 걸음으로 지면을 훑는다. 떨어뜨린 무언가를 찾는 걸까.
수면 위로 드리운 저 잎도 무척 아름답지만 무심코 내려다본 물밑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너에게 자꾸만 눈이 가.
그저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구름과 맞닿아 있다. 하늘을 뒤로 하고 다시 터덜터덜 내려오자 또 다른 곳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웅장한 멋보다 소박한 맛에 딛고 섰더니 아뿔싸, 바짓단이 흠뻑 젖었다.
발자국은 그 자체로도 살아 숨쉬는 것 같다. 호흡을 하는 그 순간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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